
1. 파생결합사채(Derivative-Linked Bond, DLB)의 기본 개념
먼저, 파생결합사채는 이름 그대로 **사채(채권)**와 파생상품이 결합된 금융상품을 뜻합니다. 전통적인 채권은 발행 주체가 일정한 이자와 원금을 만기 시점에 상환하는 구조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분들이 선호하는 자산입니다. 그러나 금리 하락, 경기 침체 등으로 채권의 매력이 낮아질 경우, 금융기관들은 투자자분들께 새로운 수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채권에 파생상품을 결합한 구조의 상품을 개발하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파생결합사채입니다.
파생결합사채는 기초자산의 성과에 따라 수익 구조가 달라지며, 채권이 기본 구조를 이루기 때문에 원금이 보장되거나 일정 부분 보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초자산이 크게 변동할 경우에는 수익이 줄어들거나 손실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2.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quity-Linked Bond, ELB)의 정의
파생결합사채의 여러 형태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이 바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입니다. 영어로는 Equity-Linked Bond라고 부르며, 줄여서 ELB라고 표기합니다.
ELB는 특정한 주식 또는 주가지수(KOSPI200, S&P500, 홍콩 H지수, 나스닥100 등)에 연계되어 수익률이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의 주가나 특정 주가지수가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사전에 약정된 수익률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주가가 일정 수준을 벗어나 하락하거나 폭락하면 투자자분들이 기대하는 수익률을 얻지 못하고, 때로는 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ELB의 가장 큰 특징은 원금보장형과 원금비보장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원금보장형 ELB : 발행 증권사가 만기에 원금을 보장하며, 다만 약정된 수익률은 낮은 편입니다. 안정성을 추구하시는 분들께 적합합니다.
- 원금비보장형 ELB(혹은 ELS) :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금보장형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ELB, ELS, ELKS, ELD의 차이
주가연계형 파생결합상품에는 다양한 이름이 존재하는데, 그 구조와 위험 수준에 따라 구분됩니다.
- ELB (Equity-Linked Bond)
- 일반적으로 원금을 보장하면서 주가에 연계된 수익을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 주로 보수적인 투자자분들께서 선택하십니다.
- ELS (Equity-Linked Securities)
-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히 판매되는 상품 유형입니다.
- 주가지수나 주가가 일정 범위 내에 있으면 정해진 수익률을 지급하고, 하락 시에는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원금보장 기능이 없기 때문에 위험도가 더 높습니다.
- ELKS (Equity-Linked Knock-in Securities)
- ELS와 유사하나 ‘녹인(Knock-in)’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확정되는 구조입니다.
- ELD (Equity-Linked Deposit)
- 주가와 연계된 예금 구조입니다.
- 은행에서 판매하며, 원금 보장성이 더 강하지만 수익률은 낮습니다.
4.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의 구조적 특징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는 단순히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준다”는 형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구간별 수익률 구조를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구조화 금융상품(Structured Product)’이라고 부르며, 투자자의 위험 선호도에 맞춰 설계됩니다.
예시 구조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 기초자산 : KOSPI200
- 조건 : 만기 3년
- 조건식 :
- KOSPI200이 만기까지 5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연 6% 지급
- 만약 중도에 50% 이상 하락하면 원금 손실 가능
이와 같은 구조는 ‘녹인(손실 발생 조건)’과 ‘녹아웃(조기 상환 조건)’이라는 개념으로 설계됩니다.
- 녹인(Knock-in) :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 확정되는 조건
- 녹아웃(Knock-out) : 주가가 일정 범위 안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면 조기에 상환하여 약정된 수익을 지급하는 조건
즉, 투자자분들은 단순히 주가 상승만이 아니라 주가의 등락 범위를 예측해야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5.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가 실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이 부분은 금융당국, 학계, 투자자분들 모두가 주목하는 영역입니다.
(1) 헤지(hedge) 거래를 통한 주가 변동성 확대
증권사나 은행은 ELB/ELS를 발행한 뒤, 기초자산 가격이 변동할 때 자신들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파생상품 시장에서 헤지 거래를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증권사가 “KOSPI200이 일정 수준 안에 있으면 6% 수익률 지급” 구조의 ELS를 발행했다고 가정합시다. 이 경우, 기초자산이 일정 구간을 벗어날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증권사는 선물·옵션을 매매하여 위험을 조정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헤지 거래가 오히려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주가지수가 급락할 때, 증권사들의 대량 매도 물량이 쏟아져 추가 하락을 촉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 특정 구간에서의 수급 왜곡
ELB/ELS에는 보통 녹인 구간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라는 조건이 있을 경우, 증권사는 해당 구간을 방어하기 위하여 대량의 선물 매수 혹은 매도 포지션을 취합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지수 구간에서 매물대 형성이나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3) 대규모 발행에 따른 충격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몇 차례 **홍콩 H지수(HSCEI)**나 유럽 Stoxx50 지수에 연계된 ELS가 대규모로 발행된 적이 있었습니다. 만약 기초자산이 크게 폭락하면 증권사들이 막대한 헤지 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 증시 자체에도 충격이 전이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특정 시점마다 ELS 발행 잔액 규모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4) 투자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는 개인 투자자분들께 “조건만 충족하면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안정적인 투자 심리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기초자산이 녹인 구간에 근접하면 투자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어 매도세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6. 장점과 단점
(1) 장점
- 비교적 낮은 금리 환경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주가가 횡보할 때도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단순히 “상승”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 원금보장형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습니다.
(2) 단점
- 복잡한 구조 때문에 일반 투자자분들께서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주가 급락 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헤지 거래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가 있습니다.
- 만기까지 자금을 묶어두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유동성이 떨어집니다.
7. 결론
파생결합사채, 특히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는 현대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그 구조가 복잡하며, 기초자산의 움직임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헤지 전략까지 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순히 “주가와 연계된 상품”이라는 정의로는 부족합니다.
투자자분들께서는 반드시 상품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신 후 투자하셔야 하며, 특히 원금비보장형 상품은 최악의 경우 원금 손실이 크다는 점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또한 주식시장 전체의 관점에서도, ELS/ELB가 특정 시점에 대규모로 만기 도래하거나 손실 구간에 근접하면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셔야 하겠습니다.